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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슈탈트 상담

슬픔을 만나는 일은 왜 이렇게 어려울까

by busangestalt 2026. 4. 26.

 
 
이 글은 부산게슈탈트심리치료센터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어제 상담 중에,
한 내담자가 자기 안의 슬픔을
비로소 알아차리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던 중,
오랫동안 감춰져 있던 감정 하나가
불쑥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슬픔’이라는 걸
인식한 순간,
그녀는 입을 틀어막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말없이 울고 또 울면서
그 자리에 머물렀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애써 감추고 살아왔는지,
얼마나 그 감정을 외면해왔는지,
그 시간이
그 울음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그 울음은 단순한 감정의 분출이 아니라,
오랜 시간 밀어두었던 자기 자신과
처음으로 마주한 순간의 울음이었습니다.


저는 그저
그 곁에 조용히 앉아 있었습니다.
 
말로는 다 전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계속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괜찮아요.
같이 있어요.
함께 하고 있어요.”
 
그 말을
속으로 수없이 되뇌었습니다.
 
상담자로서
말을 건네지 않고 기다리는 시간이
어쩌면 더 깊은 만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믿으며.


그러면서 문득,
제 안의 어떤 기억도 함께 떠올랐습니다.
 
저 역시
그런 감정에서 도망쳐 본 적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애써 다른 얼굴로 살아냈던 시간들.
 
상담자라는 자리로 앉아 있었지만,
그녀의 눈물 속에서
제 모습이 자꾸 겹쳐졌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순간 저는
상담자이면서 동시에
한 사람으로서 함께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머무르다 보니,
마음속에 하나의 바람이 떠올랐습니다.
 
“열심히 지금으로 돌아오자.
이 자리로,
나와 함께 있는 지금으로.”
 
그녀가
다시 자신의 감각을 느끼고,
지금 이 자리에서
자신을 지탱할 수 있기를
조용히 바라게 되었습니다.


슬픔을 자기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단순히 감정을 느끼는 것을 넘어,
“나는 이런 존재다”라고
인정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상담이 끝난 뒤에도
그녀의 눈물과
손의 떨림,
그 표정이
오래 마음에 남아 있었습니다.
 
마치
어제의 장면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옅어질 수도 있겠지만,
이 마음은
조금 더 오래 머물 것 같았습니다.


어제가 지나고 오늘이 왔지만,
그녀는 여전히
제 마음 한편에 머물러 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제가 상담자로서 지키고 싶은 태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사람의 내면 깊은 곳을 만나는 일,
그리고 그 순간을 가볍게 흘려보내지 않고
충분히 함께 있어주는 일.


오늘은 그런 하루입니다.
 
어제를 품은 채
오늘을 살아가는 하루.
 
슬픔을 알아차린 한 사람과,
그 곁에 함께 있었던 나.
 
우리는 그렇게
하나의 순간을 마음에 담은 채,
또 다른 하루를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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