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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슈탈트 상담

강박사고 증상, “저는 악이 무서워요”라고 말하던 남자

by busangestalt 2026. 5. 28.

부산게슈탈트심리치료센터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여섯 번째 상담, 그가 꺼낸 말

부산게슈탈트심리치료센터에서 상담을 하다 보면 가끔,

한 사람의 말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 순간이 있습니다.

 

내용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 말을 꺼내기까지의 침묵,

떨리는 손끝,

애써 담담한 척하는 표정까지 함께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는 여섯 번째로 저를 찾아온 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습니다.

 

"저는… 악이 무서워요."

 

몸을 살짝 웅크린 채 앉아 있던 그의 모습.

미세하게 떨리던 손끝.

무언가를 들키고 싶지 않은 사람처럼 조심스럽던 눈빛.

그 안에는 단순한 불안 이상의 감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저는 그날,

그의 말 속에서 설명되지 않은 오래된 공포를 느꼈습니다.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이었나

그가 말하는 악은 단순한 개념이 아닙니다.

 

누군가를 해치고 싶다거나,

나쁜 행동을 하고 싶다는 뜻도 아니었습니다.

 

그에게 악은 훨씬 더 추상적이고 무거운 존재였습니다.

 

어둡고 무겁고,

언젠가 자신을 집어삼켜버릴지도 모르는 어떤 그림자 같은 것.

 

그는 스스로를 평범하게 자란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부모님의 사랑도 충분히 받았고,

경제적으로도 부족함 없이 자랐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가 느끼는 세상은 늘 불안정했습니다.

 

며칠 전 우연히 보게 된 사이비 종교 관련 영상 하나가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영상이 끝난 뒤에도 생각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혹시 내가 잘못되면 어떡하지.'

'내 안에도 악한 마음이 있는 건 아닐까.'

'나는 위험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

 

그는 그 생각들을 밀어내려 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은 하지 않으려 할수록 더 선명해질 때가 있습니다.

생각하지 않으려 하면 할수록 그 생각은 더 커졌고,

그는 점점 더 스스로를 검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반복해서 말했습니다.

 

"이 선은 넘지 말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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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슈탈트에서 보는 알아차림 — 억누름과 알아차림은 다르다

그를 바라보며 저는 한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은 왜 자기 안의 일부를 그토록 두려워하게 될까.

왜 어떤 사람들은 자기 안의 어둠을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느끼게 될까.

 

저는 그에게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당신을 괴롭히는 건 어쩌면…

당신의 생각일 수도 있겠네요."

 

그는 순간 놀란 눈으로 저를 바라봤습니다.

 

게슈탈트 치료에서 알아차림(Awareness)은 억누름과 전혀 다릅니다.

억누름은 생각이나 감정을 없애려는 시도입니다.

그러나 알아차림은 그것이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감지하는 것입니다.

 

억누를수록 그것은 더 커집니다.

그러나 알아차리는 순간,

그것은 조금씩 다르게 경험되기 시작합니다.

 

생각은 언제나 진실만 말하지 않습니다.

특히 두려움이 큰 사람일수록 생각은 점점 더 극단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기 쉽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을 사실처럼 믿는 순간,

사람은 자기 자신과 점점 멀어지게 됩니다.


자기 안의 그림자를 이해하는 법

부산게슈탈트심리치료센터, 게슈탈트 치료에서는 인간 안에 누구나 다양한 마음이 존재한다고 봅니다.

 

사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미워하는 마음도 있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때로는 망가뜨리고 싶은 충동도 있습니다.

 

그런 마음이 떠오른다고 해서 그 사람이 악한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을 인정하지 못할 때,

사람은 자기 자신과 점점 멀어지게 됩니다.

 

우리는 자꾸만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기준 속에서 살아갑니다.

 

착해야 하고,

바르게 생각해야 하고,

나쁜 마음이 없어야 한다고 배우면서.

 

그러나 인간의 마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건강하다는 것은 어둠이 전혀 없는 상태가 아닙니다.

그 어둠까지도 조금씩 이해해가는 과정입니다.

 

게슈탈트 치료에서는 이것을 그림자(shadow)와의 접촉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두려워하고 외면하던 자기 안의 일부와 조심스럽게 만나는 것.

그 만남이 치료의 핵심입니다.


상담자로서, 나 자신으로서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제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어릴 적 저에게 아버지는 늘 공포였습니다.

아버지의 발소리가 들리면 몸이 먼저 얼어붙었고,

술에 취한 목소리가 들리는 밤이면 숨조차 편하게 쉬기 어려웠습니다.

그 시절의 공포는 시간이 지나도 몸 안 어딘가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꾸 어린 시절의 저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게슈탈트 치료에서 역전이(countertransference)는 방해물이 아닙니다.

 

상담자 안에서 일어나는 반응은

지금 이 관계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정보입니다.

 

저는 그를 통해 오래전 자기 안의 그림자를 두려워했던 어린 저를 다시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만남이 저를 조금 더 그의 곁에 가까이 있게 해주었습니다.


알아차림이 일어나는 순간

아직은 그의 어둠을 억지로 들여다보려 하지 않습니다.

 

망설임도 필요하고,

침묵도 필요합니다.

 

준비되지 않은 진실 앞에서 사람의 마음은 쉽게 무너지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지금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가 언젠가 자기 안의 그림자를 조금 덜 무서워하게 되기를.

 

그리고 어느 날에는 자기 안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향해 조용히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기를.

 

"그럴 수도 있지."

 

그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아주 깊은 자유가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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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판단합니다.

 

이 생각은 나쁜 생각이라고,

이 감정은 가져서는 안 된다고,

나는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그러나 마음은 억누를수록 더 커지기도 합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자신을 몰아붙이는 힘이 아니라,

조금 더 안전하게 바라봐주는 시선입니다.

 

그것이 부산게슈탈트심리치료센터의 게슈탈트 치료에서 말하는 알아차림의 시작입니다.

 

판단하지 않고,

도망치지 않고,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감지하는 것.

 

그 자리에서 비로소 무언가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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